경남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 (허유고개)
진주 사봉면, 예로부터 신자들이 넘나들던 허유고개를 오르면 소박한 묘 하나가 나그네를 맞는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남강 백사장에서 참수된 복자 정찬문 안토니오, 목 없는 시신만 수습되어 고향 땅에 몰래 묻힌 자리다. 사봉주유소를 지나 산길을 600여 미터 오르는 짧은 걸음이지만, 걸음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한 청년의 결단이 스며 있다. 2014년 시복으로 다시 세상에 알려진 이곳은, 화려하지 않아도 깊은 울림을 주는 조용한 기도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