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성지 (정난주 마리아 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서귀포 대정, 낮은 봉분 하나가 자리잡은 묘역에 파란만장한 삶이 잠들어 있다. 정약용의 조카이자 황사영의 아내였던 정난주 마리아는 1801년 남편의 백서 사건으로 관노 신분이 되어 대정현으로 귀양을 왔다. 어린 아들을 배 모는 사람에게 맡기고 추자도에 남겨둔 채 홀로 제주 땅을 밟은 그는, 신앙의 불모지에서도 학식과 믿음으로 주위의 존경을 받으며 37년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피를 흘리며 순교하지는 않았지만 유배지에서 끝까지 신앙을 지킨 그의 삶을 기려, 제주교구는 그를 백색 순교자로 공경하며 1994년 이곳을 대정성지로 조성했다. 조용한 묘역 앞에서, 낯선 섬에서 홀로 신앙을 지켜낸 한 여인의 생을 되새겨본다.